나의 이야기

홍삼 제품 사기·강매 이야기.

King's Gambit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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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방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밖에서 크게 방송하는 소리가 들렸다.

 

"힘든 우리 농가를 위해 우리 쌀로 만든 라면을 개발하였고, 많이 이용해 주시라고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으니 지금 빨리 나오셔서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먹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던 나였기에 바로 어머니와 함께 달려 나갔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한 천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천막 안에 들어가 보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남성분 한 명을 제외하면 젊은 사람이라곤 나와 어머니뿐이었다. 

 

열댓 명 사람이 모이자 천막의 문을 닫더니 덩치 큰 남자 둘이서 문 양옆에 섰고 인상 좋게 생긴 남자 한놈이 입을 털기 시작했다. 대충 우리 농가가 어려워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고 먼저 여러분들께 작은 선물을 드리겠다면서 작은 봉지에 든 씨앗이며, 곡물이며 이러한 것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놈이 말을 할 때마다 천막 문 양 옆에 있던 남자 둘이서 추임새를 넣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라면을 받으러 왔다는 목적도 잊은 채 그놈의 말에 조금씩 같이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인심 좋은 것처럼 이것저것 나눠주던 그놈은 10분쯤 지나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러분 인삼 하면 금산 인삼이 유명한 거 아시죠?"라며 인삼 이야기를 꺼내더니 작은 항아리에 든 홍삼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늘은 특별히 세분께 20만 원 상당의 이 제품을 무료로 주겠다고 하더니 손을 위로 들면서 "금산!!"을 가장 크게 외치는 사람을 고르겠다고 했다. 분명 모두들 라면을 받으러 왔는데 어느새 무언가에 홀린 듯 '금산'을 외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만 제외하고.

 

나도 '금산'을 외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날 보시더니 하지 말라고 인상을 쓰며 고개를 흔드셨다. 그걸 보고 나는 '금산'을 외치는 둥 마는 둥 했는데 결국 나이 드신 세분이 선정되었고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그 세분만 데리고 어디론가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후 그 자리는 정리가 되었고 사람들도 하나 둘 천막을 나섰다. 역시 나의 어머니만 제외하고.

 

나의 어머니는 뒤에 남아 화를 내면서 "라면 준다면서요? 거 라면 있는 거 줘요!"라고 외치셨고 결국 라면 세 개를 받아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셨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이런 식으로 사람들 모아서 홍삼제품을 강매하는 사기라고 하셨다. 제품을 공짜로 준다고 해놓고서는 따로 데려가서 돈을 요구한다거나 다른 제품을 더 얹어서 돈을 청구하는 등의 악질적인 사기라 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10년이 훌쩍 지나 부산에서도 이와 같이 우리 농산물을 공짜로 주겠다는 방송을 들었었는데 아마 이러한 홍삼 제품 사기·강매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부디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이러한 사기에 속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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