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항우울제 이야기.

King's Gambit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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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복용중인 졸로푸트


중학생 때 나 스스로가 '강박증'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강박장애는 일반적으로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을 하게 되는데 상당수의 항우울제가 강박증에도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약 8년간 세로자트, 프로작, 졸로푸트, 에스시탈로프람 등 여러 가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든 생각과 느낌들, 그리고 알게 된 점 등을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항우울제 복용 시 어떤 느낌이 드는가?

예전에 네이버 지식인에서 항우울제를 보고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표현한 바보 같은 답변을 본 적이 있는데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해서 막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검사 결과 강박증뿐만 아니라 우울증도 매우 심한 편이라 하여 고용량의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었는데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하여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부정적인 생각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무기력했던 것이 완화되며 그전에 비해 머리가 맑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강박증상들 또한 매우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작용은 어떠한 것들을 경험했나?

그 동안 복용했던 항우울제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했던 것은 성기능 장애였다. 이건 어떤 약을 먹건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꼭 경험하게 되었다. 세로자트를 복용할 때는 성적으로 전혀 흥분이 되지 않고 사정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한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세로자트의 경우 이른바 '센 약'이어서 효과도 상당히 좋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심하다고 하셨었다. 그래서인지 세로자트 복용 시에는 성기능장애가 특히 심각했었다. 그 외에 항우울제도 사정이 지연된다던가, 성감각이 무뎌진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세로자트에 비하면 그 정도가 약한 편이었다.

또한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면 감정이 무뎌지게 되었는데 슬픈 영화를 봐도 슬픔이 잘 느껴지지 않았고 멍하면서 감정이 둔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종 이러한 멍함 때문에 공부를 할 때 별다른 의욕이 안 생긴다는 느낌과 인지능력이 둔해졌다는 느낌도 받게 되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하여 학습능력 같은 것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해서 뭔가 멍청해지고 둔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자 인지능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항우울제 '브린텔릭스'를 추가로 처방해 주시기도 하셨다. 몇 달 먹어보았는데 딱히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아 현재는 '브린텔릭스'를 복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 외에 경험했던 부작용으로 프로작을 복용할 때는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듯한 구강건조의 부작용이 있었고 식욕저하 또한 느끼게 되었다. 세로자트를 먹을 때는 졸음이 심하게 오기도 했었고, 졸로푸트를 먹을 때는 변비가 갑자기 심해지는 부작용을 경험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마그네슘'을 추가로 처방해주셨었다. 마그네슘을 같이 복용하자 금세 증상이 좋아졌고 두 달 복용 후에는 변비 증상이 없어져 마그네슘을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되었다.

복용하는 약에 따라서, 또 복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천차만별이다. 항우울제 복용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항상 담당 의사 선생님께 보고를 하여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떨어질 때는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약 용량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항우울제는 중독이 되지 않나?

나의 어머니께서 내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걱정하셨던 것이 '항우울제는 중독이 되지 않는가?'하는 것이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중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우울제는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것 ---> 마약도 기분을 좋아지게 하잖아? ---> 그럼 항우울제도 마약처럼 중독성을 가지는 건 아닐까? 아마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치게 되어 항우울제가 중독성을 가진다고 오해를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싶다.

세로자트를 2년 가까이 복용했을 때 심한 부작용과 긴 치료과정에 지쳐 약 복용을 중단하고자 했는데 조금씩 약 용량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하여 약 복용을 그만두었는데 중독증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약 복용을 중단하고자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약을 꾸준히 먹다가 갑자기 복용을 중단해버리면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어렸을 때 잘 모르고 갑자기 약 복용을 중단하여 심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등과 같은 금단증상을 경험했었다. 따라서 약 복용을 중단하고자 할 때는 꼭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여 조금씩 약 용량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하여 끊어야 한다.


항우울제 복용시 중요한 점은?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의사 선생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쳤다는 이유로 약 복용을 중단했던 것이다. 그때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조금 더 약을 먹었더라면 훨씬 더 빨리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항우울제 복용시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항상 담당 의사 선생님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가능한 한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인 것 같다. 인터넷상의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약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에 대해 불신하기보다 의사 선생님을 믿고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치료과정을 잘 밟아가는 것이 자신의 상태를 빨리 호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항상 항우울제 복용 시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그리고 생겨나는 궁금증에 대하여 의사 선생님과 많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면 사회생활 시 불이익이 있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에 가장 주된 것이 이러한 치료가 훗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걱정을 가진 사람에게 항상 이러한 대답을 해준다.
"힘든 상태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상태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사회생활하는 데 더 도움이 될까요?"
답은 뻔한 것이다. 치료를 잘 받고 좀 더 나은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리고 본인의 동의가 없는 한 그 누구도 자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사실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취업 등을 할 시에 자신이 말하지 않는 한 회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사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러니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말고 힘이 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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