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컴퓨터 조립 이야기.

King's Gambit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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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A/S 도 잘 되고 제품이 좋아"

 

아버지의 이런 말씀에 10살 때 처음 삼성 컴퓨터를 구입한 이후 20년간 삼성 컴퓨터만 3대를 써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디에선가 "삼성 컴퓨터 살 돈이면 같은 가격으로 훨씬 더 좋은 성능의 조립컴퓨터를 살 수 있다"라는 말을 주워듣게 되었다. 그리하여 네번째 컴퓨터는 내가 직접 조립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컴퓨터 조립에 관한 책을 사서 기본적인 정보를 익힌 후에 나무 위키 등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견적을 짜보았고 그 견적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 다른 사람들에게 검토를 받았다. 

 

내가 짠 견적은 위와 같다. 기본적인 인터넷 서핑과 몇가지 중저사양의 게임을 하기 때문에 아주 비싼 컴퓨터는 필요로 하지 않았고 70만 원대에 맞출 수 있는 견적을 짜 보았다. 처음 혼자서 짜 보는 거라 잘 짠 건지는 모르겠지만 커뮤니티의 다른 분들이 호환성이나 이런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여 이 견적 그대로 컴퓨터를 조립하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판매점마다 최저가로 파는 부품들이 다 달랐는데 여기저기에서 사는 게 귀찮아서 그냥 '컴퓨존'이라는 사이타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구입하였다. 

 

부품들을 구입한 후 컴퓨터 조립책과 부품들의 설명서를 보고 조립을 시작하였다. 어떤 분께서 컴퓨터 조립은 레고 조립하는 거랑 비슷할 정도로 쉽다고 하였고 조립 시 정전기만 조심하면 딱히 어려운 게 없다고 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조립을 시작하였는데 처음부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먼저 책에서는 메인보드에 CPU, RAM, 파워, LED 커넥터, 그래픽 카드를 순서대로 연결하고 케이스에 장착하여 중간 테스트를 하라고 했다. 이렇게만 조립하고도 정상적으로 부팅은 된다고했다. 그런데 조립을 하면서 느낀 건데 굳이 조립된 메인보드를 케이스에 장착하지 않고 테스트를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았다. 문제가 발생되면 다시 조립된 것을 다 해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부팅을 두근두근 기대하며 중간 테스트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부팅도 되지 않고 모니터에 아무것도 뜨질 않았다. 전원은 들어오고 CPU와 그래픽카드에 쿨링팬은 돌아가는 상태였는데 부팅이 되질 않았다. 이때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고 부품 하나씩을 차례대로 빼가며 테스트를 실시하였는데도 어느 부품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망한건가...' 낙담을 하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퀘이사존'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질문글을 올렸다. '조립 상태가 이러한데 부팅도 되질 않고 모니터에 화면도 안 들어온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글을 올렸더니 몇몇 친절한 회원분들께서 메인보드 사진을 찍어 올려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였더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내가 메인보드 보조전원에 선을 꽂지 않은 것을 지적해주셨고 하루를 꼬박 붙잡고 있던 문제를 금방 해결해 주셨다. 

 

최고다 퀘이사존!!!

퀘이사존. 진짜 좋은 커뮤니티인 것 같다. 늦은 새벽녘에 초보자에게 신경 써주신 퀘이사존 회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물어물어 어떻게 컴퓨터 조립을 끝마쳤다. 부팅도 잘 되고 모니터에 화면도 들어오는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RAM 하나가 인식이 안 되는 것이다. 8G짜리 RAM 두 개를 꽂았는데 하나만 인식이 되고 다른 쪽은 인식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RAM을 한쪽씩만 꽂아보고 두쪽에다 다 꽂아보며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RAM 슬롯 두 개 중 오른쪽에 있는 슬록에 RAM이 인식이 되질 않았다. 이에 메인보드의 문제라 판단하고 부품을 구입했던 컴퓨존에 문의글을 올렸다.

 

컴퓨존에서 바로 답이 왔는데 RAM이 인식되지 않을 때는 RAM 자체의 문제, 메인보드 문제, 그리고 낮은 확률로 CPU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RAM에는 문제가 없었고 메인보드나 CPU에 문제가 있어 보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CPU를 뺐다가 다시 꽂아보았더니 다행히 RAM이 인식되었다. 이렇게 나의 첫 컴퓨터 조립이 마무리되었다.

 

완성된 컴퓨터. 선정리는 못하겠다.

 

숙련자라면 30분 정도 걸린다는 컴퓨터 조립을 2일이나 걸려서 겨우겨우 해내었다. 부품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며 컴퓨존에 세 번이나 문의를 하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두 번 질문글도 올리고 검색도 엄청 많이 해가며 완성을 했는데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누군가 처음 컴퓨터 조립을 하겠다고 한다면 3만 원 공임비 주고 그냥 전문업체에 조립을 맡기라고 하고 싶다.

 

힘들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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