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이야기

미세 기생충이 비타민c에 죽는다?

King's Gambit 2024. 6. 23.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변을 보고 변봉투에 변을 약간 담아서 학교에 제출을 했어야 했다. 변에서 기생충 알이 있는지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더불어 농산물 생산 또한 산업화되고 위생적으로 되기 시작하면서 기생충은 점점 먼 나라 이야기가 되기 시작했다. 가축의 분변등을 거름으로 쓰다가 화학비료등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생충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는데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기생충의 중간 숙주역할을 하는 달팽이 등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함에 따라 다시금 기생충에 오염되는 농작물들이 몇몇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기서 언급되는 기생충은 이미 학계에 보고가 된 기생충들로 조금만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예방하여 안전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이런 학계에 보고된 기생충이 아닌 이른바 '미세기생충'이라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 미세기생충이 대부분의 농작물에 존재하며 사람이 섭취할 경우 인체에 들어가 결국에는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창발검사'라는 유튜버인데 구독자수 5만 명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창발검사의 발견은 실로 놀랍다. 미세기생충이 인체에 들어와 암을 유발하는데 이상하게도 신맛이 나는 과일들에서는 그 미세기생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관찰과 연구를 통해 그 이유에 대해 창발검사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

 

 

위 영상의 6분 17초부터 보면 비타민c가 미세기생충을 죽이는 탁월한 효과가 있고 따라서 신맛이 나는 과일들은 비타민c가 많기 때문에 미세기생충이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자신이 직접 관찰한 것들을 계속해서 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블루베리, 체리, 키위등 신맛이 나서 비타민c가 많은 식품들은 미세기생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반대로 신맛이 나지 않는 감자, 고구마, 마늘, 배추, 브로콜리, 비트, 샐러리, 아보카도, 콜라비 등은 미세기생충이 잔뜩 들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이 모든것이 구라임을 눈치챘다. 그리고 구라를 치려면 사람이 치밀하고 똑똑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창발검사가 실수한 것은 '신맛이 나는 식품들만이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애초에 식품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을 속이는데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분명 창발검사는 신맛이 나는 식품들에 미세 기생충이 없고(애초에 미세 기생충이라는 생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많은 양의 비타민c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미세 기생충이 나온 감자, 고구마, 마늘, 배추 등은 비타민 c가 거의 없어야 한다. 그래야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 된다.

 

구글에서 위 식품들의 100g당 비타민c 함유량을 검색해 보았다.

블루베리 13mg, 체리 10mg, 키위 92.7mg, 감자 36mg, 고구마 2.4mg, 마늘 11.86mg, 배추 3.2mg, 브로콜리 89.2mg, 비트4.9mg, 샐러리 7mg, 아보카도 10mg, 콜라비 62mg이다.

 

놀랍게도 신맛이 나지 않는 식품들에서도 비타민 c가 꽤나 많이 들어있다. 특히 감자, 브로콜리, 콜라비는 비타민c 함유량이 매우 높다. 그런데 창발검사는 이러한 식품들에서는 미세 기생충이 발견되었고 이보다 훨씬 낮은 비타민c를 함유한 블루베리와 체리에서는 미세 기생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여주고 있다. 이는 비타민c가 미세기생충을 사멸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오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초에 창발검사는 감자, 브로콜리, 콜라비 같은 식품들이 신맛이 나지 않으니 비타민c가 들어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세 기생충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고 블루베리, 체리, 키위등은 어떤 인위적인 처리를 한 후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이게끔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반박에 대해 창발검사나 그의 수많은 추종자들은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음모론자들이니까. 아마 또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어 나의 빼도박도 못할 반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 블루베리, 체리, 키위 등은 산성식품이기 때문에 미세기생충을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또 사실이라면 미세기생충은 과일보다 훨씬 강산성인 위산에서 모두 사멸하여야 이치에 맞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창발검사는 반박을 해 놓았다. 위산이 강산성이지만 오래 머물지 않기 떄문에 미세기생충이 다 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엔 별다른 근거가 없다. 그저 창발검사의 뇌피셜일 뿐이다. 오히려 뜨거운 목욕탕 물을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50도의 물에는 어르신들이 시원하다고 20~30분씩 앉아 있지만 100도가 되는 물에서는 누구도 2초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세기생충 또한 엄청난 강산에는 견디지 못하지만 적당한 산성도에서는 오래 견딜 수도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것은 위에 언급했던 고구마, 감자, 비트, 브로콜리도 과일보다야 높지만 ph가 7보다 낮은 산성도를 가진다. 따라서 만약 창발검사나 그의 추종자들이 비타민c 때문이 아니라 신맛이 나서 즉, 산성도를 지니기에 미세기생충이 없다라고 주장한다면 이 또한 오류가 발생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비타민c가 미세기생충을 죽이고 신맛에 미세기생충이 없다는 것은 구라라는 게 탄로가 난다.

 

웹상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다. 그 중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지만 해를 끼치는 잘못된 정보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떠한 정보를 접할 때 이것이 사실인지를 찾아보고 또 논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창발검사를 믿는 추종자들한테 이러한 질문을 해보고 싶다. 한 의사 선생님께서 창발검사의 실험과정 자체가 엉망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생물에 대해서 실험을 할 때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교차오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창발검사는 그러한 것을 지키고 있는지? 창발검사가 실험재료에 그 어떤 조작도 가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지?

창발검사의 추종자들 중 아무도 이러한 의문을 가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보이는 것을 곧이 곧대로 믿고 자신들이 남들은 모르는 진실을 깨달았다고 뿌듯해했을 테니까.

 

이번 포스팅을 통해 유치원생도 이해할 만큼 설명을 상세히 해 놓았으니 이제 진실을 깨닫고 멍청한 믿음에서 빠져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안 빠져나올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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