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후감 잘 쓰는 방법.

King's Gambit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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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독후감을 쓸 때면 항상 이런 식으로 글을 써 내려가곤 했었다.

먼저 어떠한 이유로 책을 읽게 되었는지 그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를 쓰고 그 뒤로는

'이러이러한 내용이 시작되었는데 그 부분을 읽고 어떠어떠한 점을 느꼈다' 혹은

'이러이러한 부분이 나왔는데 나는 어떠어떠한 생각이 들었다'와 같이 줄거리를 언급한 뒤 그 줄거리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뒤이어 간략하게 적는 식으로 글을 쓰곤 했었다.

 

아마 대부분의 어린 학생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나의 어린시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와 같이 독후감을 적곤 했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러한 독후감 쓰기 행태를 보시곤 참으로 안타까워하시며 요즘 애들은 글을 참 못 쓴다고 비판을 하셨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내 담임선생님께서는 나보고 꼭 작가를 하라고 할 정도로 내가 글을 잘 썼었거든. 그런데 요새 애들은 보면 초등학생이고 고등학생이고 독후감 하나도 잘 못써."

이렇게 말씀하시며 독후감을 쓸 때 무엇이 중요한지를 힘주어 말씀해주셨었다.

 

"독후감은 책을 읽은 후에 자신의 생각과 느낀점을 적는 것이지 책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야 그런데 요즘 애들은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80%의 내용을 적고 20%만의 생각과 느낌을 적고 있어. 오히려 80%이상의 생각과 느낌이 있고 20% 이하의 내용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너무나 간단한 설명이었다. 독후감을 쓸 때 자신의 생각과 느낀점을 더욱 풍부하게 적으라는 말씀이셨다.

그리하여 6학년 때는 독후감을 쓸 기회가 있으면 일부러라도 줄거리를 몇 줄 이상 쓰지 못하게 하시고 더욱 많은 자신의 생각과 느낀 점을 쓰게 하셨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이후 학교의 학생신문에 나의 독후감은 곧잘 실리곤 했었고 대학생 때 교양과목에서 나온 독후감 쓰기 과제에서 나만 유일하게 최고 점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오래전에 썼던 글이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학생 때 최고점수를 받은 독후감은 이러했다. 당시 읽은 책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었다. 

 

 

어린 시절 '대니 서'라는 한국계 환경운동가를 보고 환경보호에 큰 관심을 보였던 나의 모습과 그러한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호를 하기 위해 내가 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오늘날 환경운동의 시발점이 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언급했고 그 뒤로는 본격적으로 나의 생각들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책을 읽게 된 동기를 반드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후감은 형식이 정해진 글이 아니니까.)

 

이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단순히 내 생각을 줄줄이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중심 되는 주제를 가지고 그와 관련하여 나의 생각들을 풀어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엔 '침묵의 봄'을 읽고 그 당시 환경보호활동을 할 때 걸림돌이 되었던 일들과 또 얻을 수 있었던 교훈 등을 언급하며 그와 연관 지어 오늘날의 환경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등에 대해서 적었었다. 덧붙여 환경운동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지 않고도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일 등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나의 생각을 적어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에도 책 내용에 관한 언급은 3줄이 채 넘지 않았었고 그 외 나머지 모든 내용을 나의 생각과 느낌들로 채웠었다. 그렇게 써 낸 글이 부족했지만 다른 학생들의 글보다는 나아 보였는지 50여 명의 학생들 중 유일하게 최고 점수를 받았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고 어찌보면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독후감을 잘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독후감이라는 것은 책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느낀 점 등을 적는 글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책을 읽고 난 후 드는 중심생각으로부터 가지를 하나씩 뻗어나가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 것.

그렇게만 한다면 썩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독후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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